연평균 26% 수익률, 어때 보이는가?

제목 그대로다. 1년 투자해서 26% 수익을 올렸다면 어때 보이는가? 100만원을 투자해서 26만원을 벌었으니 충분히 훌륭해 보일 수 도 있고, 국내 상장 주식 일간 최대 상승폭인 30%와 비교해볼때 하루 상한가면 벌 수 있는 수익인데 그게 뭐 그리 대단한가 싶은, 뭔가 좀 모자라보이는 수익률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럼, 질문을 좀 바꿔볼까나?
워렌 버핏보다 투자를 잘할 자신이 있는가?

워렌 버핏. 오마하의 현인. 가치투자의 거장, 구루. 세계 6위 부자(2020년 11월 기준).

세계 부자순위 10위권이내(2020년 11월 기준) 들어가는 사람 중 투자만 잘해서 들어간 경우는 워렌 버핏이 유일하다. 아니, 사실상 창업자 또는 창업 가문의 일원이 아닌 사람 중 부자 순위에 들어가는 경우는 찾아보기 드물다. 투자로 꾸준히 돈을 번다는 것이 사업해서 성공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런데, 이 워렌 버핏의 투자 수익률이 연평균 20%대 중반 수준 이었다는건 알고 있는가? 에이, 설마? 고작 그런 수익률로 어떻게 90조원? 100조원의 자산을 벌었단 말인가?

워렌 버핏은 6살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골프공도 줍고, 신문 배달도 하고, 콜라도 팔고. 그렇게 열심히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11살때 생애 첫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금 90세니깐 대략 79년 동안 투자를 했던건데… 11세 당시 자산 규모(?)는 알려진바가 없어서 넘어가기로 하고, 15세 시점부터 살펴보자.

15살때 워렌 버핏의 자산은 약 $2천.
자, 이때부터 투자를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보고 역산을 해보자.

총 투자 기간 75년, 15세 $2천 이 90세에 $883억이 되었다.

그렇다면 연평균 수익률은?

약 26.5%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 계산은 15세 이후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Ex, 월급받아서 투자 등)를 배제한, 순수하게 $2천 원금으로 그 돈만 가지고 불렸다고 가정한 것이다. 만약 중간에 일해서 벌었던 돈들을 넣었다면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계산이 이상해 보이는가? 지금 엑셀을 켜서 직접 입력해보라.

=2000*(1+0.265)^75

연간 26.5% 씩 수익을 누적하면, 75년뒤에 약 4,537만배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그러니 $2천 질렀으면, 약 $900억(우리나라 돈으로 100조원 수준)이 된다. 놀랍지 않은가?

….

그런데, 왜, 우리 주변에 주식투자해서 세계 갑부가 된 사람은 없는걸까?

최근 TVN ‘유퀴즈온더블럭’에 에셋플러스 자산운용 강방천 회장님이 출연하셨다. 퇴직금 3천만원으로 100억원대 자산가가 된 전설적 인물. 저때즈음 같이 투자 했을 수많은 투자자 중 유독 저 분만 회자되는건 물론 은둔의 자산가들이 있긴하겠지만 그만큼 흔하지 않은 케이스라서 그렇다는.

‘운이 많이 따랐다’는 표현은 겸손/겸양이 아니라 진심이신

그런데 강 회장님이 유키즈 나오셔서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올 3월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폭락했을때 그때 주식투자를 했던 사람이라면 지금 수익률이 제법 괜찮을텐데, 다만 그게 실력인지 용기의 대가인지 잘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주식을 잘해서 수익이 난게 아니라 10년만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락장에서 남들이 두려워할때 용기를 가지고 주식을 사서 돈을 번거지 좋은 주식을 잘 사서 돈을 번 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 용기의 대가로 수익난 사람이 계속 투자를 하게되면 이 시절이 지나버렸을때 되려 벌었던 돈도 다 잃고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니깐, 강 회장님 케이스는 운과 실력이 겹쳐서 단기간에 초대박이 난 경우이지 절대 일반적일 수 없는 사례라는 이야기.

몇 개월만에 수십%, 수백%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사람은 흔하게(?) 볼 수 있는데 10년, 20년 뒤에 그런 수익률 덕분에 갑부가 된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만약 그런 몇십%, 몇백% 수익률에 혹한다면 부디 다시 마음잡고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연평균 26% 수익률이 어때보이는가? 이 수익률을 가벼이 여길 수 있는 사람은 실력과 운이 함께하는 소수의 사람들 뿐이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우리네는 저 수익률에 경외심(?)을 느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부자되는 공식을 다시 읽어보면서 찬찬히 생각을 정리해보기 바란다.

위의 워렌버핏의 연평균 26% 수익률에서 재밌는건 기간이 1년만 더 늘어나도 약 30조원의 수익이 늘어난다. 반대로 1년이 줄어들면, 20조원이 줄어들게 된다. 첫 1년에는 연간 수익이 50만원 정도에 불과하던 수익이 75년 뒤에는 수십조원의 차이를 불러오게 된다. 당장 큰 돈을 버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먼훗날 큰 돈을 버는건 평범한 사람들도 도전해볼만한 일이다.

1년에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 하루 상한가 수익률보다 못한 수익률만 기록해도 (오래만 살수있다면) 노년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될 수 있다! 26% 수익률을 무시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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