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tbank / 소프트뱅크

  1. 뭐 하는 회사?

소프트뱅크는 투자 회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회장이 설립한 투자 회사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지주회사로 봐도 되고 제임스 사이먼의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같은 헤지펀드 운용사로 봐도 된다.

인터넷 사업 하는 회사, 통신사 아니냐고?

소프트뱅크가 걸어온 길이 한 걸음 떨어져서 찬찬히 살펴보면, 이 회사는 ‘시대의 흐름’에 집중 투자하는 투자회사라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회사의 시작은 PC 시대에 발맞추어 SW 판매/유통업에 올인했으나 세상의 흐름이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걸 보고 인터넷 산업에 올인했다. 이제 AI로 세상의 흐름이 바뀌는 걸 보고 AI 산업에 회사를 올인하려고 하는? 올인해버린? 투자회사다.

투자 회사라면 당연히 수익률로 성과를 이야기해야하지 않겠는가. 보통 주식 투자의 구루라고 하면 워렌 버핏을 꼽는데, 워렌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은 20%대 중반에 불과(?)하다.(연평균 26% 수익률, 어때 보이는가?) 헤지펀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제임스 사이먼이 운용했던 메달리온 펀드가 30%대 중반. 그렇다면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공식 자료로 알려진게 연평균 40%대 중반이다.

2017년 당시 소프트뱅크 실적발표 자료 중에서

워렌 버핏보다 거의 2배 가까이 수익률이 높은데, 그런데 왜 워렌 버핏보다 부자가 아니냐고? 그건 투자 기간이 달라서 그렇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1960년대부터 투자를 했고 손정의 회장은 1990년대 들어서야 투자를 시작한터라 수익률은 높지만 총 자산 규모는 아직 작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 속도면 머지않아 뒤집히는 건 불을 보듯 뻔한 결과지 않나 싶다.

2. TAM (Total Accessible Market)

이 회사의 최대 매력이다.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이 세상 전체가 TAM 이기 때문에 이 회사 가치의 한계는 현재로써 측정이 불가능하다.

이건 Capitalism 2 게임을 해보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될때 포스팅하도록 하고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모든 사업은 특정 영역에 국한될 수 밖에 없지만 투자는 투자자의 실력만 받쳐준다면 그 가능성은 무한대로 넓어진다.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는 그런 회사다.

3. 경쟁력

Centupler 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About Us)이 비슷한게 가장 큰(?) 경쟁력이다. 우리는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을 지양한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훨씬 수익내기 쉽다는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을 찾아서 투자하는게 중요한데, 손정의 회장의 행보를 보면 그런 부분에서 우리와 유사하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실적은 단기간에 검증하려 들기보다 10여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결과를 평가해보기 바란다. 지금이 2020년이니 2010년이후 투자한 것들에 대해서는 잠시 평가를 멈추고 그 이전의 투자들에 대해서만 살펴보기 바란다. 그리고 다음 10년 동안 지난 10년의 투자를 하나씩 추가해가며 투자를 평가해보라. 물론 모든 투자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 투자 건으로 보면, 성공한 투자보다 실패한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수익률로 보면 그 모든 실패한 투자를 다 커버하고도 남을 수익이 계속 누적되는 기적(?)을 보게 될테다.

어디 인터뷰에서 본건지, 책에서 본건지 가물가물한데 어쨓든 손정의 회장이 말하는 투자건 대비 성공건수는 1천 개 중 몇 개라고. (성공이라고 말하는 기준이 알리바바 처럼 적어도 몇 천 ~ 몇 만배 이상의 수익을 가르키는게 아닌가 싶다.) 저 투자 성공률로 연평균 40% 이상의 수익을 달성해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테다.

그러니 미국 스프린트 인수가 망한투자니, 위워크 투자가 망했느니 하는 몇몇 이슈가 되는 투자만 가지고 소프트뱅크 전체를 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잡설이 길어질 것 같으니 경쟁력 부분은 손정의 회장님께서 직접해주시는 걸로.

지난 2010년 소프트뱅크 창립 30주년 주주총회에서 보여줬던 프레젠테이션이다. 백문이불여일견. 감사하게도 일본어 프레젠테이션에 한글로 자막을 달아주신 분이 계셔서 손정의 회장의 육성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볼 수 있다. 지금도 한 번씩 보는데, 볼때마다 감탄하면서 보게 된다. 오늘도 이 글 다 쓰면 다시 한번 봐야겠다.

혹시나 소프트뱅크 관계자가 이 글을 보신다면, 제발 동시통역 좀 신경 써주시길 부탁드린다. 거의 매분기 실적 발표를 실시간으로 보는 편인데, 일본어 듣기는 아예 불가능하고 그나마 영어 듣기로 버티는데 너무 답답하다. 동시통역인데, 길게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에서 통역하시는 분도 나랑 같이 청취자 모드. 통역은 정말 간단하게 몇 마디로 끝.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유투브 실시간 같이 보는 사람들 채팅창 보면 다들 공감하는 부분인듯. 상장폐지가 되면 어쩔수 없지만, 그 전까지는 신경 써주시길 ㅠㅠ

4. 리스크

사람이 최대의 리스크다. 손정의 회장의 부재. 정확히는 그의 인사이트가, 투자 컨셉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 실제 손정의 회장은 60세에 은퇴를 계획 했었지만, 세상 돌아가는게 너무 재밌어 보여서 은퇴를 번복하고 신나게 투자 인생을 즐기는 중이다. 혹시나 노년에 인사이트를 잃게 되거나 할 수 도 있으니 그런 리스크도 있고.

그런데 최근에 더 큰 리스크가 하나 등장했다. 상장폐지. 과거 2018년 Elon Musk 가 단기 수익만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너무 시달려서 주당 $420, 지금 액면 분할한 가격으로는 $84 에 상장된 주식을 매입해서 주식 시장을 빠져나가려 한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를 포함한 수많은 투자자들이 가슴을 조렸다. 난 팔 생각이 전혀 없는데, 강제로 매각하게 되는건가해서.

전설의 ‘Funding Secured’ 트윗. 이때 심장이 덜컥!
그러나 밑에 친절하게 달아줬던 댓글 덕분에 안심했던 기억.

이 사태가 소프트뱅크에서 재현되려 하고 있다. 부채가 많은 기업, 이상한 회사에만 투자하는 기업 등 온갖 부정적인 편견으로 회사를 바라보며 사사건건 태클을 걸다보니 손정의 회장이 폭발한 듯. 매 분기 실적발표때마다, 마치 구루 교수님이 이제 갓 입학한 대학 새내기들을 앞에두고 ‘개론/101’ 강좌를 개설하신 것 처럼 친절하기 그지 없는 설명을 해줬음에도 기어이 태클만 거니, 그냥 비상장으로 가겠다고 결심을 한 상황이다.

상식적으로 회사 보유자산이 $300 bn 이 넘는데, 상장된 소프트뱅크의 가치는 절반에 불과하다니. 나라도 보유자산 담보로 돈 빌려서 상장 주식 사버리겠다. 앉아서 2배 수익나는 투자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기업이 상장을 하는 이유는 자금 조달을 위한 목적이 크다. 상장 기업이 되면 신용등급도 그렇고 여러가지 자금을 빌려오는데 도움이 되거니와 직접 주식을 추가 발행해서 자금을 모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소프트뱅크는 그럴 필요가 없다. 보유 중인 알라바바 지분 1% 만 팔아도 거의 10조원 가량의 현금이 생기는데, 그런 지분이 아직도 20% 넘게 남았다. (원래 30%가 넘었는데, 알리바바 상장이후 곶감 빼먹듯이 야금야금 팔아서 많이 줄었다. 홍콩 상장하면서 희석된 것도 있고)

손정의 회장은 마음을 굳힌거 같아 보인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점진적으로 자사주 매입하는 방식이라면 아무도 막을 방법이 없다. 혹시나, 주가가 손정의 회장이 생각하는 적정 수준(?)까지 올라준다면 그냥 둘수도 있겠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장과 생각이 너무 달라서 주가에 상관없이 가능하면 상장폐지를 하려는게 아닌가 싶다. 슬프지만, 미리 마음에 준비는 하고 있어야… 흑 … ㅠㅠ

P.S. 혹시나, 일론 머스크처럼 비상장이라도 상관없으니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주주를 함께 데려가 주시면 좋겠다. 기꺼이 따라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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