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인터넷 2.0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의 문제점을 보안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다.

인터넷은 모든 디바이스들이 연결된 거대한 네트워크, 망을 뜻한다. 물론 그 이전에도 전화기, 팩스 등으로 서로간의 연결이 가능했지만 인터넷은 음성, 텍스트 뿐만 아니라 이미지, 영상 등 보다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공짜로 교환할 수 있게 해준 통신 기술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통신 수단들과 차별화 되었다.

출처 : 조선일보 – 싸게 통하는 인터넷 전화 ‘쑥쑥’

위의 전화요금, 저게 뭔가 싶겠지만 불과 10여년전인 2008년 기사(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18/2008041801285.html)에 쓰인 자료다. 이전엔 저런 무지막지한(?) 요금을 내고 살았는데, 이젠 누군가 통화를 하기위해 분, 또는 건당 요금을 지불한다는건 상상할수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 덕분에, 세상이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정보 교환 비용이 낮아진 덕분에 물건을 살때 어디가 최저가인지, 어디 가면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는지 클릭, 아니 터치 몇번으로 확인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시간도 절약되고, 바가지 걱정도 줄었다. 소비자들만 좋으랴, 기업들은 이보다 더 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그런데 이 좋은 인터넷에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으니, 바로 신뢰 문제다. 인터넷이 막 상용화 되려던 시점에 전문가들 했던 고민 중 하나가, 여러 컴퓨터가 망으로 연결되는 건 좋은데 그 연결된 상대방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인지 아닌지 알길이 없다는 문제였다. 쉽게 중고 거래를 생각하면 된다. 상대방이 사기꾼인데도 아닌척 거래를 요청하는 경우 말이다. 아니면, 가짜 뉴스를 생각해도 된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 말이다.

AI 기술이 발달해감에 따라 연구자들이 AI 윤리 문제를 지금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AI 기술이 일반화되고 윤리 문제가 이슈가 되려면 몇 년, 몇 십년은 지나야겠지만 지금부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처럼, 인터넷 초기부터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망이 형성되었을때 인터넷 망의 ‘신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보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왔었다.

그 문제가 바로 블록체인을 설명할때 항상 언급되는 ‘비잔틴 장군 문제’다. 비잔틴 시대, 한 도시를 점령하려는 장군들이 도시 주변에 모여들었다. 이 도시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과반 이상의 장군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공격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장군들 중 적과 내통하는 스파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휘 통제실이 있어서 지시가 내려와주면 좋으련만 오로지 전령을 통한 정보만으로 공격 시간을 정해야한다. 이때 장군들 중 스파이가 있든 말든 약속된 날짜, 약속된 시간에 과반 이상의 장군들이 동시에 도시를 공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이 문제의 핵심이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매달렸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는데, 2009년 사람인지, 조직인지, 귀신인지 알길없는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인물이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제목의 9장 길이 논문으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비트코인 네트워크 상에서는 상대방이 사기꾼 전과 100범이든 말든, 지금도 중고 거래에서 사기를 치고 있는 현행범이든 말든, 상대방이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서로 거래하기로 합의만 하면 이 거래는 시스템에 의해 100% 문제없이 진행된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간단하다. 복잡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거래나 간단한 공증이외의 기능 구현은 어렵지만 덕분에 시스템을 해킹하거나 망가뜨리는 방법도 제한적이다. 비트코인 전체 네트워크의 51% 컴퓨팅 파워를 장악하면 된다. 그 순간부터 맘대로 비트코인 장부를 조작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일이 발생하는 순간 비트코인 가치는 0이 된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비트코인은 누구도 해킹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게 핵심 가치인데, 해킹을 당해버리면 그 가치가 0이 되니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여담으로 2021년 4월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 51%를 장악할려면 대략 30조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51% 공격 비용) 즉, 30조원을 쏟아부으면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해킹할 수 있긴한데, 그 해커가 얻을 수 있는 건 가치 0원의 비트코인 잔뜩, 그리고 비트코인을 해킹했다는 명예(?) 뿐이다.

그럼 해킹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알기전에 재빨리 비트코인을 다른 자산으로 바꾸면 되지 않냐고? 안타깝게도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거래는 평균 10분에 한 번 일어난다. 그리고 통상 확실한 거래를 위해 3번의 거래가 발생할때까지 거래를 확정짓지 않는다. 즉, 30분이 지날때까지 비트코인을 옮길수가 없다. 그 정도 시간이면 전세계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51% 공격 받은 사실을 다 알 수 밖에 없다.

거짓이 없는, 사기가 없는 인터넷 세상. 멋지지 않은가?

내가 뭘 할려고 하든, 상대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고 거래를 할때 상대방이 나를 속이지 않을까? 신생 쇼핑몰인데, 사기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없다. 그저 블록체인 시스템에 기록된 것만 확인하면 된다.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가 가짜인지 아닌지를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걸러줄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 시스템이 검증하게 되고 그 결과는 믿으면 된다. 검증에 들어가던 그 수많은 비용들이 0에 수렴하게 된다. 위에서 말했던 인터넷이 정보 교환 비용을 0에 수렴하게 낮아지면서 정보 혁명이 일어난 것처럼 블록체인은 신뢰 비용을 0에 수렴하게 만들어서 신뢰 혁명이 일어나게 할테다.

그 파급 효과는, 지금의 인터넷이 보여준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본다. 아니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난 이 블록체인을 ‘인터넷 2.0’이라 부른다.

인터넷이 상용화되고 1994년 넷스케이프가 등장하면서 인터넷 세상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2009년 블록체인 기술이 비트코인을 통해 세상에 등장했고, 이더리움이 그 확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 넷스케이프처럼 일반 사람들의 실생활 속에 블록체인이 녹아들 기술들이 등장하려 한다. 인터넷 1.0 시대가 막을 내리고 2.0 시대가 개막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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