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은 전력 낭비가 아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채굴이 필요하다. 수많은 컴퓨터 또는 채굴기들이 10분동안 뻘짓을 해서 숫자 맞추기를 하고 그 결과 새로운 블록이 생성된다. 대략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 하드웨어 비용이 대략 60조원 내외, 그리고 하루 사용하는 전력 비용이 대략 400억원 가량 된다고 한다. (2021년 4월 비트코인 네트워크 51% 공격 비용에서 역산) 1년이면 전력비용만 약 15조원 정도 되나보다.

이 쓰잘데기없는 비트코인 채굴하자고 저런 엄청난 비용이 낭비(?) 되다니. 이 기술은 정말 세상을 위하는게 아니라 세상에 해를 끼치는 기술이 아닌가?

과연 그럴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은 ‘신뢰’ 가치를 가지는 시스템이다. (혹시, 이 개념이 생소하다면 이전 글 – 블록체인, 인터넷 2.0 을 먼저 읽어보기 바란다.)

금융 산업, 그 중에서도 은행이 가지는 핵심 가치는 ‘신뢰’다. 내 돈을 믿고 맡길 수 있고, 필요할때 돈을 빌릴수도 있다. 게다가 은행이 보증한 상대방과의 이체 거래도 은행을 믿기 때문에 할 수 있다. 전세계 있는 이 은행들이 쓰는 전력량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단순히 전산 시스템에 들어가는 전력량 뿐만 아니라, 본사/지점 유지를 위해 쓰는 전력 등 훨씬 광범위한 전력 낭비(?)가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은행 조직 유지를 위한 이동(Ex, 출퇴근, 출장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낭비는? 이렇게 보면 은행이 쓰는 비용 전체가 낭비(?) 아닌가?은행들이 1년에 낭비(?)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멀리 갈 것도 없다. 국내 시중은행의 2020년 영업수익(매출)은 대략 40조원. 순이익이 10조원 좀 넘으니, 대략 30조원이 다양한 비용으로 지출되었다. 우리나라 GDP 가 1.6조 달러, 은행권 비용은 GDP 의 대략 1.6%. 전세계 GDP 가 대략 80조 달러, 그럼 GDP 의 1.6%는 1.3조 달러 정도 된다.

블록체인 시스템이 일상에 제대로 적용된다면, 저 비용이 필요없어진다. 대신,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전력만 소비하면 된다.

애시당초 비트코인 채굴은 그 과정만 놓고보면 정말 쓰잘데기 없어보이는 자원 낭비 행위다. 무작위로 코드를 만들어 놓고는, 노가다로 하나씩 넣어보고 맞는걸 찾아내라는 거니깐. 그걸 또 10분 안에 해야만한다. 그 결과 비트코인 블록이 하나 형성되는거 말고 아무 효용도 없는 뻘짓을 한다.

하지만, 이 뻘짓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전략임을 이해한다면 뻘짓이 뻘짓이 아닌게 된다. 전세계 어떤 보안업체에서도 만들어내지 못한 해킹 방지 전략이 바로 이 뻘짓의 극치인 채굴이다. 화려한 테크닉이 필요한게 아니라 시간과 돈을 갈아넣어야만 해킹 가능한 시스템 말이다.

해킹해서 얻는거라곤 쓸모없어진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을 해킹했다는 명예가 고작이이다. 그래도 굳이 해킹을 하겠다면, 그 해커는 일단 30조원이 있어야 하고, 30조원을 날려먹더라도 명예만 얻으면 되는 그 누군가여야 한다. 이게 가능한 사람은 전세계에서 한 손으로 셀수있지 않나?

이보다 더 효율적이고도 저렴한 시스템이 등장한다면, 비트코인 채굴의 전력 소비량은 낭비라고 보는게 맞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이 안보인다. 되려, 인터넷 1.0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기존의 중개자들(Ex, 은행 등 금융업계,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IT 업계 등)이 낭비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중앙 집중화 되면서 해킹을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대비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점점더 높아지는 중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시라도 빨리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화되어 이런 낭비가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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