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확률 게임
카지노를 털었다는 전설의 수학자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모두가 운이라고 생각했던 도박에서 확률을 가지고 수익률을 극대화 시켰던 전설적 인물. 투자도 마찬가지다.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투자에 임하는 것보다, 투자 수익이 발생하는 확률에 대해 잠시라도 고민해보면 좀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수익률을 높인다기보다 손실을 줄여서, 잃을 수 있는 확률을 낮춰서 전체 기대 수익률이 개선된다는게 더 맞는 표현인듯)
총 기대 수익률 = ∑(예상 수익률 * 실현확률)
내가 얻게 될 총 기대수익률은 수많은 자산과 상품에서 발생한 개별 수익률의 합이며, 개별 수익률은 예상 수익률이 실현될 확률을 감안해주면 된다.
수익률 x 실현확률
총 기대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경우는 예상 수익률이 높은데, 실현 확률까지 높은 경우. 금상첨화지만 세상이 다 그렇듯이, 저런 투자 자산은 잘 없다. 반대로 최악은 예상 수익률이 낮은데, 그 조차도 실현 확률이 낮아서 달성하기 쉽지 않은 경우. 이건 무조건 피해야한다. 그 나머지 경우는 예상 수익률이 어마무시하게 높은데, 실현확률이 극악인 경우와 예상 수익률은 낮지만 실현확률은 100%에 가까운 경우가 있다. 두 경우의 대표적인 사례가 로또와 예금이다.
로또 수익률을 계산해보자면, 한 게임에 1천원. 1등 당첨금이 19억~20억원 수준. 단순 예상 수익률 계산을 하면 190만~200만배로 어마무시한 수익률이 기대된다. 문제는 실현확률.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1/8,145,060 이다. 확률을 감안한 기대 수익률은, 안타깝게도 -76%. 1천원 투자하면 240원을 돌려 받게 된다. 물론 1등이 아니라, 2 ~ 5등까지도 상금이 있으니 기대 수익률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50% 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즉, 높은 수익률은 그림의 떡일뿐이라는 이야기.
은행 예금을 계산을 해보면, 기껏해야 1% 내외 이자율이라고 무시하고 싶지만 대신 발생 확률이 99% 이상이다. (은행이 망해도 예금자보호를 받게 되지만 5천만원 한도이니 고액 예금의 경우는 당연히 은행도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기대 수익률은 이자율과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 로또보다 예상 수익률은 낮았으나 실현 확률이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로또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이 수익률을 목표로 하기에는 인플레이션을 헷지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라 많이 아쉽다.
확률이 가장 높은 전략 – 사서 묻으라!
그렇다면, 다른 투자 자산들은 어떨까? 개별의 경우를 하나 하나 계산해보면 좋겠지만, 로또나 은행예금처럼 숫자가 명확하게 나타나는게 아니라서 계산이 쉽지 않다. 다만,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의 경우 논문도 많고 인터넷 검색만 좀 해봐도 분석된 자료들도 많아서 참고할 만하다.
실현 확률은 투자 기간에 연동
주식 투자에서 예상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확률, 즉 손해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목표한 수익률까지 당설할 수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개인의 능력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1980년 부터 2016년 까지 국내 증시에 투자했다고 보면.. (아래 숫자들은 중앙일보 기사([박희운의 재테크뎐] 복리 효과 + 위험 감소 … 장기 투자의 마술)를 참고했다.)
투자 기간이 하루 일때, 손해볼 확률이 약 49%에 달한다. 그러니 예상 수익률 달성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열악한 확률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기간이 늘어나면 손실 확률이 급속도로 줄어든다. 5년이면 손실 확률이 약 19%, 20년이면 손실날 확률이 1% 미만으로 낮아진다.
예상 수익률도 기간에 연동
실현 확률 뿐만아니라, 예상 수익률도 투자 기간에 연동된다. 1980년 ~ 2016년까지 장기 일평균 수익률이 0.03%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복리의 힘으로 1년이면 7.8%, 5년이면 45.5%, 10년이면 112%, 20년이면 348% 로 폭발적으로 수익률이 늘어난다.
고로, 주식 투자를 단타로 하게되면 그렇지 않아도 높은 손실 확률에, 예상 수익률 해봐야 일평균 0.03% 에 불과한, 위에서 말했던 낮은 실현 확률, 낮은 예상 수익률로 무조건 피해야하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된다. 반대로 주식 투자를 장기로 접근하게 되면, 높은 실현 확률에, 높은 예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아주 준수한 투자 자산으로 변모하게 된다.
부동산 불패 신화
개인들이 부동산 투자로는 손해를 보지않는, 부동산 투자 불패 신화가 생긴 이유도 위의 주식투자와 마찬가지 케이스다. 만약, 서울 강남 부동산이라 할지라도 매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거래소가 있어서 정확한 시장 가격에 얼마든지 자유롭게 거래를 할 수 있었다면, 부동산 투자 또한 주식 투자처럼 개인들이 투자해서는 수익 낼 수 없는 자산이 되었을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부동산은 반강제 장기투자 상품이다. 이번 3월 코로나 사태로 전세계 증시가 폭락했을때, 부동산 가격은 크게 변동이 없었다. 정확히는 변동이 없었던게 아니라 거래가 없어서 가격이 드러나지 않았고, 설사 가격이 급락했다 하더라도 매수/매도가 쉽지 않아 단기간 거래를 하기 어려웠을테다.
그러다보니 개인들도 자연스레(?) 부동산은 한번 사면 기본으로 5년 ~ 10년 정도는 보유해야 하는 자산으로 알고 투자를 한다. 덕분에, 단기 매매에 따른 손해볼 확률이 낮아지면서 평범한 개인 투자자들조차 준수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투자 자산이 되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들의 투자 방식 덕분이지 부동산이 특별한 자산이라서 그랬던건 아니다.
벤처 캐피탈의 투자 전략
비상장 기업,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에 오랫동안 일하셨던 분을 뵐 기회가 있었다. 업계 경력이 거의 20여년이 되신 분이셨는데, 그 분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비상장 투자가 사실 대단히 쉽고 편한 투자인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누적 투자 수익률이 연평균 15% 내외로 워렌 버핏의 20%대에 조금 못미치는 준수한 수익률을 기록하셨는데, 이게 통상 100개 정도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면 평균 5~10개 정도에서 500% ~ 1,000% 이상의 소위 대박 종목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하셨다. 그렇게만 해도 나머지 90여개 수익률이 고만 고만하거나 일부 망하는 회사들이 나오더라도 대박 종목들의 수익률만 가지고 충분히 전체 수익률 견인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덧붙여서, 투자 종목을 선택할때 아주 특별한 정보나 비법을 가지고 한다기보다 물론 누적된 노하우가 있겠지만 최소한 사기꾼 회사만 피할 수 있어도 저정도 확률은 가능하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경우도 수 천여개 기업에 투자를 해서 그 중 몇 개 기업이 초대박이 터지면서 연평균 4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잘 아는 Sequoia Capital 이나 Andreessen Horowitz 같은 벤처 캐피탈들도 물론 인맥 네트워크나 여러 가지 노하우들이 존재하겠지만, 결국은 장기간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곳들이 아닌가.
높은 확률에 배팅하라
로또가 1등 당첨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번 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로또를 산다. 그래, 게임당 1천원 정도하는 오락으로 보고 한 주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방법으로 로또를 해보는건 괜찮다.
하지만, 로또를 투자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이미 숫자로 명확히 나타나는 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확률도 피해갈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이 결국 막대한 손실, 투자 실패를 불러오게 된다.
앞선 글(부자되는 공식)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태생 금수저이거나 투자하는 족족 대박이 나는 마이다스의 손이 아니라면 평범한 투자자가 부자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얇고 길게 오랜동안 투자하는게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 한 살이라도 어릴때 시작하자!!
어린 나이에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여의도 현직 애널리스트 분이 쓰신 40대 애널리스트의 잔소리: 지금 중요한 건 ‘자기 객관화’를 참고하기 바란다. 서점과 도서관에 꽂혀있는 두꺼운 재테크 서적들보다 이 짧은 글 한 편이 더 가치 있어 보인다.